필자는 3개월에 한 번씩 한국 출장을 다녀오는데, 드디어 이달부터 마지막 여행 규제인 한국 입국 후 24시간 내에 받아야 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됐다.
그동안 입국 전 현지에서 PRC 검사, 입국 후 24시간 이내, 입국 후 7일 이내, 출국 전 검사로 총 4번의 검사를 꼬박꼬박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한국 입국 전 혹은 미국 출국 전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혹시라도 양성이면…’ 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결과에 따라 모든 스케줄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수능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훨훨 날려버리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다만 이처럼 규제가 풀렸다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미국 부동산은 ‘영광의 상처’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미국 부동산이 이렇게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가 적었기 때문이다.
잠시 2년 반 전으로 되돌아가 보겠다. 이 시기에 매스컴에서는 미국 부동산에 관해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
‘임대료 폭락, 코로나 부동산發 침체’,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대도시 아파트 임대료 추락’, ‘미국 부동산, 코로나로 폭락…’ 등 온통 부정적인 기사로 도배되던 시기다.
도시가 ‘셧다운’되고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의견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동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 당시인 2020년 5월 필자의 칼럼 제목은 ‘코로나 사태 속 미국 부동산 바닥 다지기’였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시장에 휩쓸리지 말고 데이터를 꿰뚫어보면 현재 상황이 오히려 미국 부동산에 좋은 시기라고 언급했다. 금리가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2021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는 미국 부동산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올라갈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시장을 예측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 필자의 예측이 맞았으니 다음 예측도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 걸음 물러서서 데이터를 보고 지표를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잭슨홀미팅에서 연말 미국 기준금리를 약 4.4%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다.
즉 자이언트스텝(75bp)과 빅스텝(50bp)을 더 밟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2% 내외로 잡히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입장이다.
그럼 지금부터 미국 부동산과 연관된 지표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미국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항상 살펴봐야 하는 것이 ‘S&P케이스실러 지수’다.
미국 주택이 판매된 가격을 지수화한 것인데, 지역별로도 주택 판매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지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발생한 2007년 184.59, 2012년 136.53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305.31로 저점 대비 약 2.25배 수준이다. 많이 올랐으니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라고 하는데, 조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올랐으니 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바람일 뿐이다. 미국 부동산 하락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미국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도 살펴봐야 한다. 주택 건설업자를 대상으로 주택 경기 분위기를 설문조사한 심리 지표인데, 10월 발표된 내용을 보면 주택시장 지수는 전월(46)보다 크게 하락해 38을 기록했다. 그래서 미국 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이고 매수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고로 코로나19 시기에는 30 이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에는 10 이하였다.
대출금리 지표는 연일 올라가고 있다. 30년 고정형 대출금리는 연 7%를 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필자도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2년 동안 1%대 중후반에서 2%대 초반에 형성됐던 대출금리가 급등하다 보니 매수자가 많이 줄었다. 거래량은 미국 전역에서 약 36% 줄어들었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거래량이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은 낮아진다. 그렇다면 미국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변동했을까. 미국 부동산은 지역별로 매매 가격 대비 1~2% 조정됐을 뿐이다. 물론 이게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매수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임차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상의 역효과인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연체율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당연히 연체율 또한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미국 총대출 연체율이 8%에 육박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1.19% 수준이다. 지난 2년간 대출금리가 낮았을 때 리파이낸싱(Refinancing·현재의 대출금리가 기존 대출금리보다 낮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융자하는 것)을 통해 향후 5년에서 길게는 30년 동안 대출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크겠지만 리파이낸싱을 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가까이에 있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기 때문에 태풍의 위력을 느낄 수 없다. ‘미국 부동산 침체’ ‘미국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내용이 앞다퉈 언론을 장식하고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시장에 역행하려 하지 말고, 그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파도인지, 잔잔한 물결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굳이 잔잔한 물결에 온몸을 젖게 할 필요는 없다.
투자는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빨리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 걸음 뒤에서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때인 것이다. 데이터와 지표를 중심으로 말이다.
[줌 인 해외부동산] 임대료 치솟는 美부동산, 하락 신호일까 단기 조정일까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