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미국 렌트(월세) 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전국 50대 대도시 기준으로 월세가 무려 27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한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이렇게 긴 기간 하락세가 이어진 것은 처음이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렌트 시장이 드디어 안정되는 것 아니냐”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렌트 하락’ 그 이상입니다. 임차인들의 대규모 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국 내 도시 간 수요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변화가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떤 도시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미국 월세, 실제로 얼마나 내려갔을까?
2025년 10월 기준, 미국 50대 대도시의 평균 월세는 $1,696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1.7%($29) 내려간 금액이며, 최고점을 찍었던 2022년 8월과 비교하면 $63(약 3.6%) 정도 떨어진 수치입니다. 이 하락세는 원룸(스튜디오), 방 1개, 방 2개 등 모든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월세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월보다는 16.9% 높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 6년간 미국의 물가(소비자 가격)는 26.1% 올랐고, 집을 사는 가격은 무려 49.8%나 폭등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물가와 집값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월세의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는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임차인들이 체감하는 주거 비용 부담은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렌트비 현황
🗺️ ‘지역 거주자 중심 도시’ vs ‘외부 인구 유입 도시’
최근 렌트 시장을 분석할 때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변화는 “어떤 사람들이 월세를 찾고 있는가?”입니다. 이 기준으로 도시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① 지역 거주자 수요가 시장을 버티는 도시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같은 대도시들이 대표적입니다. 뉴욕의 경우 전체 렌트 검색의 약 75%가 뉴욕 주민에게서 발생할 정도로 내수 기반이 강합니다. 높은 생활비와 집값 때문에 “렌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으며, 덕분에 전국적인 하락장 속에서도 월세가 1.3% 소폭 상승하며 안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② 외부에서 이주하는 인구가 시장을 키우는 도시
롤리(NC), 리치먼드(VA), 내슈빌(TN)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뉴욕·보스턴·실리콘밸리처럼 물가가 높은 도시에서 벗어나 더 합리적인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이 도시들은 새로운 수요 유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롤리는 렌트 문의의 약 70%가 외부에서 유입될 정도로 인구 이동의 대표 수혜 도시가 되었습니다.
➡️ ‘가성비 좋은 도시’로의 대이동이 시장을 바꾸고 있다
지난 6년간 50개 주요 도시 중 무려 20개 도시가 ‘지역 중심 시장’에서 ‘외부 유입 중심 시장’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핵심 요인은 바로 렌트비의 가격 경쟁력입니다.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새크라멘토 등은 외부 임차인 유입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도시들입니다. 특히 필라델피아는 비싼 뉴욕권을 벗어난 임차인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인근 산호세에서 넘어오는 인구가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원격 근무 확산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도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렌트 시장은 더 합리적인 비용을 제공하는 도시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5년 렌트 시장을 단순히 “가격이 내려간다”라고만 해석하면 중요한 흐름을 놓칩니다. 진짜 변화는 사람들의 이동 패턴입니다.
비싼 대도시는 기존 주민 중심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저렴한 도시들은 외부 인구 유입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거주지를 찾거나 부동산 투자를 고려한다면, 단순한 현재 렌트비 가격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