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번에는 미국 주택 건설 업체에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3천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은 요즘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로 보고 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과연 어떤 배경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1. 버핏이 투자한 기업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건설사 두 곳에 새롭게 투자했습니다.

레나(Lennar)에는 약 8억 달러, 디알 호튼(DR Horton)에는 약 1억 9천만 달러를 넣었습니다. 레나는 대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데 강점을 가진 회사이고, 디알 호튼은 보다 합리적인 단독주택 공급으로 친숙한 기업입니다.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 두 기업의 주가는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레나는 올해 들어 7%가량 올랐고, 디알 호튼은 무려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는 버핏의 투자 결정이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

2. 미국 주택 시장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현재 미국은 약 40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집은 필요한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높은 금리입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7%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집을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습니다.

집을 지어도 잘 팔리지 않다 보니 건설사들은 집값을 낮추거나, 이자를 깎아주는 혜택을 주면서까지 매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주택 건설업체 신뢰 지수’입니다. 이 수치는 건설사들이 앞으로 집이 잘 팔릴 것 같다고 느끼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낮아집니다. 기준선은 50인데, 최근 수치가 32까지 내려갔습니다. 즉, 건설사들의 체감 경기가 “앞으로 집을 지어도 잘 팔리기 힘들겠다”라는 쪽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

3. 버핏의 투자 철학과 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은 이번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단기적인 어려움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언젠가는 내려갈 것이고, 그 순간 억눌려 있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구조적인 주택 부족 문제입니다. 인구 증가와 가구 분화, 기존 주택의 노후화까지 고려하면 집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줄어들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은 반드시 회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버핏의 시각입니다.

사실 버핏은 주택 산업에 처음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미 2003년에 클레이튼 홈스(Clayton Homes)를 인수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금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중요한 계열사로, 합리적인 가격의 조립식·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투자 역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확신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시장과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단순히 기업 지분 매입을 넘어, 시장 전체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고 해석합니다.

첫째,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버핏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건설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투자 심리 회복입니다. 현재 건설사들은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버핏의 투자 소식은 시장에 “그래도 이 산업의 미래는 밝다”라는 심리적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 시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높은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는 큰 장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로 보고 움직였습니다. 그의 결정은 단순한 주식 매입이 아니라, 미국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