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도시들의 물가 순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취리히가 여전히 최상위를 지키는 가운데, 서울은 세계 아파트 매매 가격 4위에 오르며 뉴욕을 제쳤습니다. 반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대도시는 ‘고소득’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월급 대부분이 월세로 사라지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도시들이 물가가 가장 비싸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서울과 미국 주요 도시의 물가·소득·삶의 질은 어떻게 다를까요?
오늘은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에서 발표한 ‘2025년 세계 물가 지수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 세계 물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세계 물가 1위는 스위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세계 4위?
2025년 기준으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스위스의 제네바와 취리히입니다. 이 두 도시는 높은 임금, 안정적인 통화, 낮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수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뒤를 뉴욕, 런던, 보스턴, 싱가포르, 홍콩 같은 도시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의 수도 서울의 위치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당 22,875달러로 뉴욕(18,532달러)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습니다. 물론 서울은 외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 다른 항목에서는 미국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하지만 뉴욕의 세후 평균 소득(약 5,128달러) 이 서울(약 3,278달러)보다 훨씬 높은 것을 고려하면, 주거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서울이 더 큰 셈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집을 사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가격도 세계적으로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와 취리히 물가
💰 고소득 도시의 이면: 월급의 94%가 월세로 사라지는 뉴욕
처음 세계 도시 물가 리포트가 나왔을 때만 해도 미국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물가와 임금이 모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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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해외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미국 내 상품은 비싸게 느껴지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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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 산업 집중: 뉴욕(금융), 샌프란시스코(테크), 보스턴(바이오·의료) 등 특정 도시에 고임금 산업이 집중되면서 고소득층이 몰렸고,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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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 뉴욕과 LA 같은 대도시는 이미 포화 상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어렵습니다.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부족해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치솟는 불균형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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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임대 시장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렌트비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그 결과 뉴욕은 세후 월급의 94%가 월세로 사라지고, 샌프란시스코 역시 렌트비가 세후 소득의 92%를 차지하는 충격적인 현실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카고, 휴스턴, 애틀랜타와 같은 중서부나 남부 도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물가와 렌트비를 유지하고 있어, 같은 미국 내에서도 삶의 질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질’
도이치 은행은 물가뿐만 아니라 ‘삶의 질 지수(Quality of Life Index)’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물가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살기 나쁜 곳은 아닙니다.
삶의 질 순위 1위는 룩셈부르크가 차지했습니다. 대중교통이 무료이고 출퇴근 시간이 짧아 생활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스위스의 제네바와 취리히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짧은 출퇴근 시간과 깨끗한 환경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미국 주요 도시들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뉴욕은 긴 출퇴근 시간, 높은 렌트비, 오염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46위에 그쳤습니다. 보스턴(14위)과 시카고(29위)는 높은 소득과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 환경 덕분에 중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돈을 잘 벌면서도, 쓸 돈이 남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요?
2025년의 세계 물가 순위는 단순한 ‘비용 리스트’가 아닙니다. 소득·생활비·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봐야 진짜 살기 좋은 도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뉴욕·샌프란시스코처럼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생활 여유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스턴·시카고·휴스턴·애틀랜타처럼 합리적인 생활비를 유지하는 도시도 있습니다.
서울 역시 세계 4위의 아파트 가격을 기록하며 고물가 도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앞으로는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