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주택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을 사기로 계약했던 사람들이 거래 마무리 직전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 1월 한 달 동안 미국 전역에서 약 4만 건의 주택 구매 계약이 취소됐습니다. 이는 해당 데이터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1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오늘은 미국 주택 계약 취소가 급증한 이유와 지역별 시장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미국 주택 계약 취소율 13.7%… 1월 기준 역대 최고

미국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Redfin)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2026년 1월 미국 주택 계약 취소율은 13.7%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가 높은 것을 넘어, 2017년 데이터 집계 이래 1월 동월 대비 역대 최고치라는 점에서 충격을 줍니다.

보통 1월은 전통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며 거래가 활기를 띠는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에도 계약 취소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것은 시장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들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집을 사기 위해 모아둔 자금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마지막 순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주택 계약 취소

● 왜 매수자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을까?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계약 취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먼저 시장 구조가 매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고 매물이 부족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선택지가 많아졌고, 매수자들이 서둘러 계약할 이유가 줄어든 것입니다. 즉, “이 집이 아니어도 살 집은 많다”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금리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는 약 6.0%~6.1%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매수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릅니다. 금리가 여기서 더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자”라는 관망세가 짙은 데다, “금리가 내려봤자 집값 자체가 여전히 너무 비싸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소폭 인하되었음에도 얼어붙은 매수 심리는 쉽게 녹지 않고 있습니다.

계약 취소

● 계약 취소율이 높은 도시와 낮은 도시

그렇다면 지역별 상황은 어떨까요? 아래는 2026년 1월 기준, 계약 취소율이 가장 높은 미국 도시 TOP 5입니다.

순위

도시명

취소율(2026.01)

주요 특징

1위

샌안토니오(TX)

21.2%

전년(15.6%) 대비 폭등, 매도자가 매수자의 2배 수준

2위

애틀랜타(GA)

18.5%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80% 더 많아진 매물 적체 현상

3위

클리블랜드(OH)

17.9%

중서부 지역임에도 이례적으로 높은 취소율 기록

4위

리버사이드(CA)

17.5%

캘리포니아의 살인적인 집값을 견디지 못한 수요자 이탈

5위

올랜도(FL)

17.3%

치솟는 주택 보험료와 껑충 뛴 관리비 부담이 직격탄

데이터에서 보듯, 텍사스와 플로리다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집값이 폭등했던 이른바 ‘줌 타운(Zoom Town)’들입니다. 특히 샌안토니오는 5명 중 1명이 계약을 파기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3.5%), 뉴욕 나소카운티(4.8%), 산호세(5.3%)와 같은 지역은 취소율이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는 시장 양극화입니다. 탄탄한 일자리 기반과 제한적인 주택 공급을 가진 지역은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곽 지역이나 신규 공급이 빠르게 증가한 지역에서는 매수자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취소율 도시 top 5

● 2026년 미국 주택 시장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6년을 ‘대조정의 시기(The Great Housing Reset)’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제이피모건(J.P. Morgan)은 올해 미국 집값 상승률이 사실상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고, 리얼터닷컴(Realtor.com) 역시 시장에 풀리는 재고 물량이 전년 대비 약 9%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모기지 금리가 5% 중후반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임금 상승으로 인해 가계 구매력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나타나는 계약 취소 증가 현상은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적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현재 시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매수자의 경우 지금은 협상력이 커진 시기입니다. 주택 점검(인스펙션) 결과를 활용해 가격 조정이나 비용 분담 협상을 시도할 여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계약이 깨지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매도자는 가격 전략을 보다 신중하게 세워야 합니다. 처음 받은 구매 제안이 가장 좋은 조건일 가능성이 높으며, 매물이 시장에 오래 남을수록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시장 판단입니다. 주변 집이 얼마에 팔렸는지만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시장의 재고 매물(Active Inventory)과 매물 체류 기간(Days on Market)입니다. 이 두 지표는 시장의 실제 수요와 공급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핵심 데이터입니다.

주택 재고 매물, 매물 체류 기간

지금 미국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는 계약 취소 증가 현상은 분명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시장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과열됐던 주택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다시 찾아가는 조정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전국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단일 시장이 아니라 지역별로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양극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투자와 주택 구매 전략 역시 전국 평균이 아닌 지역별 시장 구조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