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수요 핵심 소비층
연령대 지속적으로 낮아져
http://온라인 영업 대출업체 호황
소비자에 불법 수수료 부과
웰스파고銀, 벌금 37억弗 내야
주담대사업 경쟁력 약화가 원인
37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6000억원의 벌금과 보상금을 내야 한다면 그 회사의 앞날은 어떨까. 미국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대출을 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인 ‘웰스파고(Wells Fargo)’ 이야기다.
웰스파고의 벌금 37억달러 중 17억달러는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이 소비자들을 기만한 혐의로 책정한 금액이다. 나머지 20억달러는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금이다.
웰스파고는 고객 1600만명 이상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수수료와 금리를 불법적으로 책정했고, 2016년도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수백만 개의 ‘유령 계좌’를 개설했다. 그동안 납부한 각종 벌금만 40억달러가 넘는다. 이 같은 여파 때문인지 웰스파고는 모기지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찰리 샤프(Charlie Scharf)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비윤리적 고용 관행들을 바로잡겠다고 밝히며 온라인 모기지 회사들에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온라인 모기지 회사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심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선 부동산 구입 시 대출을 빼놓을 수 없다. 100% 현금 거래보다는 대부분 20~30%의 계약금(Down Payment)을 투자하고 나머지 70~80%를 대출로 충당한다.
그동안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 위한 다른 통로가 거의 없었다. 돈을 빌려주는 곳을 렌더(lender), 돈을 빌리는 매수자들을 보로어(borrower)라고 하며 렌더들인 은행들의 금리를 비교해주고 필요한 서류들을 지원해주는 곳을 ‘모기지 회사(mortgage company)’라고 한다. 한국의 대출모집인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의 대출 규제가 많다 보니 미국 부동산 구입 시 해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대출이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세금 보고와 신용점수가 없어도 외국인 전용 대출을 해주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LTV(Loan to Value)를 주로 심사하는데 매매 금액의 최대 65%까지 대출해주는 곳도 있다.
렌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은행들은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는 리테일렌더(retail lender)라고 부르고, 모기지 회사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곳을 상대하는 곳을 홀세일렌더(wholesale lender)라고 부른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리테일렌더는 대출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낮거나 없으며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과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융자 진행 속도에 대해 컨트롤할 수 없고 애매한 건에 대해서는 융자 거절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단점이다.
모기지 회사의 브로커를 활용하면 여러 홀세일렌더들 중에 낮은 금리를 대신해서 찾아주고,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들을 확인한 후 심사가 덜 까다로운 곳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모기지 회사 브로커의 수수료가 포함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 온라인 모기지 회사들이 브로커 수수료는 줄이고, 짧은 시간 안에 낮은 금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은행들은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쉽게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은행 창구 운영비용과 직원들 급여 등을 생각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온라인 모기지 회사들은 초반에 시스템 개발 및 마케팅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이후의 고정비용은 은행보다는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30초 만에 가장 낮은 대출 금리를 알려주고, 대출 서류들은 온라인을 통해 제출하고, 이후 프로세스 기간들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직접 렌더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낮은 대출 금리로 수수료를 적게 내고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장점들을 고루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온라인으로 문의하면 입력된 고객 정보가 노출돼 대출을 받으라는 연락을 수십 통 받게 되는 곳들도 있다. 챗봇을 통한 상담이 많다 보니 고객 상담이 매끄럽지 않은 곳들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성은 확실히 말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매수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대출 시장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아마도 웰스파고 CEO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은행들이 온라인 모기지 회사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대출을 실행하는 회사에서 모기지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다른 은행들에는 반사이익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웰스파고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출 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나날이 격변하고 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는 곳들만 살아남는 경쟁의 시대인 것이다.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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