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지역 `웃돈 100만弗` 등
대호황 겪은 美 부동산 시장
최근 고금리·고환율 악재 겹쳐
국내 투자자 부담 크게 늘어
美 부동산·대출 연체율 안정적
2030년 공급 200만실 부족 등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매력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때
좋아하는 사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겨울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미닭은 따뜻하게 알을 품고 부화하기를 기다린다. 이러한 기다림은 왜 필요한 것일까? 그 기다림으로 인해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추천하고 싶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둘 다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리할 것이 없는 변수들이다.
최근 2년간 미국의 대출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부동산은 그야말로 대호황이었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다 보니 120만달러에 부동산을 내놓으면 매수자들끼리 경쟁이 붙어 130만~140만달러에 거래됐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역에서는 부동산 거래 시 50만~100만달러 정도의 웃돈이 오갔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가격이나 조건에 얼마든지 집을 팔 수 있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지역은 2005년 공급이 수요에 비해 102만실 모자랐다. 이후로도 ‘신규 주택 착공건수’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2030년도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202만실 부족한 상황에 처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미국 부동산 가격은 서브프라임 시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부동산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예측이 쉬운 나라다. 다른 국가보다 변수가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정책 및 금리, 수요와 공급, 해외의 변수 요인들이 모두 함께 반영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늘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행동을 취한다. 변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변수를 제공받는 역할은 안 하는 것이 미국이다. 앞으로도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란 사실을 반론할 데이터보다는 찬성하는 데이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에서 미국 부동산에 투자를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큰 그림보다는 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금리’와 ‘환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차후에 금리가 안정돼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재융자(Refinancing)로 변경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저점 대비 약 2배 수준의 높은 금리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13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은 금리와 함께 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중고(二重苦)’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현재의 비정상적인 금리 인상 속도나 높은 환율이 오래도록 유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학창 시절에 배운 표준정규분포표를 떠올려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평균을 축으로 양쪽이 대칭인 종 모양의 그래프 말이다. 현재 수준은 평균과 아주 멀어진 상황이다. 머지않아 제자리인 평균으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지금 미국 부동산 연체율, 미국 대출 연체율을 검색해 보기 바란다. 미국 부동산이 서브프라임 이후 어떻게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성숙되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인생도 투자도 큰 그림을 그리며 가야 하는 건 맞는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다’고 해도 중간에 내리는 비를 맞을 필요는 없다.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다. 그렇지만 소나기가 내리는 현재, 괜스레 높은 금리와 환율에 맞대응해 비를 쫄딱 맞을 필요는 없다.
잠시 쉬어가는 것, 그 기다림의 끝에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 지금 미국 부동산 투자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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