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25% 떨어질 때

주거용 낙폭은 2%대에 그쳐

고정금리 구조의 주거용 대출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어도

한국과 달리 가격 방어 효과

 

사진설명

‘부동산발 은행 위기 오나…미국, 사무실 공실률 최고’ ‘미국 부동산 투자 늘어난다는데…금리 상승에도 렌트비 강세, 안전자산 주목’.

 

최근 미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사 제목이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가 쏟아지다 보니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다만 제목에 생략된 부분이 있다. 앞의 ‘사무실 공실률’ 기사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빠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상업용과 주거용 부동산은 각기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분류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과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거용’ ‘상업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용 부동산은 단독주택(싱글패밀리), 타운하우스, 콘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 쇼핑몰, 창고, 공장, 데이터센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은 오피스나 쇼핑몰이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됐고 오피스 시장 주요 고객인 정보기술(IT) 회사들의 실적 악화로 오피스 사용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23년 1분기 기준 12.9%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높아졌다.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자산가치는 낮아지고 대출금리가 올라 은행의 부실자산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다.

쇼핑몰은 오프라인 쇼핑몰이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쇼핑몰 임차인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생활용품 판매업체인 베드배스 앤드 비욘드가 파산 신청을 했다. UBS그룹은 향후 5년 이내에 소매점 약 5만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다 보니 MSCI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에서 오피스는 작년 초 대비 25%가량 하락했으며 쇼핑몰은 약 15%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업용 모기지 대출 5조6000억달러(약 7483조원)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2700억달러(약 361조원)에 달한다. 2025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1336조원) 규모의 모기지 대출이 상환될 예정이다.

 

자산가치 하락과 더불어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은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해 대출 규모를 줄이게 된다.

 

그렇다면 주거용 부동산은 왜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일까. 사실 주거용 부동산도 전년 대비 거래가 36%가량 줄었다. 이만큼 거래량이 감소하면 가격은 15% 정도 내려가야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2%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공동주택 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약 14.5%가 하락했다. 금리 인상은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폭은 소폭 조정되는 데 그쳤으나 한국 등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국가는 낙폭이 컸다. 한국과 미국 부동산의 차이, 미국 부동산 중에서도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의 차이는 바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다.

 

미국은 2020년도와 2021년도 주택대출 금리가 낮았을 때 대환대출을 통해 15년 고정금리 대출은 1.5% 내외, 30년 고정금리 대출은 2.5% 내외로 변경했다. 동일한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면 조기상환 수수료를 없애주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변경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추세는 대출금리 급등으로 매수자들이 임차인으로 우회하면서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렌트가격 지수는 2020년 1월 235.55에서 2023년 3월 기준 276.61로 약 17.5% 상승했다.

 

대환대출을 통한 낮은 대출금리에 따라 대출이자 부담은 줄어들고 임대료는 오르고 있으니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가격을 내려서 팔려고 하지 않아 가격 하락폭은 작은 것이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대부분 5년 변동금리에 25년 만기 상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CMBS(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는 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변동금리 구조가 많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대환대출이 쉽지 않고, 대환대출이 되더라고 이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오피스시장의 CMBS 연체율은 2023년 1월 1.83%에서 2월 2.38%로 올랐다.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체율 또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의 연체율이 2022년 3분기 1.85%에서 4분기 1.77%로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시장을 볼 때는 한 걸음 뒤에서 큰 맥락을 짚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한 걸음 앞서서 자세하게 들여보아야 한다. 자세하게 볼수록 진실된 숫자들과 마주하며 어렵다고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제대로 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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